2009년 01월 23일
풍납동이 어때서?
난 풍납동에 산다. '바람이 들어오는 곳'이라고 해서 예전엔 '바람드리'라고 했고, 이를 한자 이름으로 바꾼 것이 풍납동이란다. 하지만, 이제 고수부지와 둑을 지어놓아서인지, 바로 강바람을 느낄 순 없다. 집 앞에 있는 지하보도(지하보도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둑을 통과하는 터널)를 지나서 둔치로 들어가야 강바람을 느낄 수 있다.
몰랐는데 얼마전에 풍납동이라고 하면, 예전에 '물차던 동네'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에, 동네 이름을 잠실 8동, 9동으로 바꾸려고 했었나보다. 송파구 의회에 올랐다가 잠실쪽 의원들이 반대해서 바꾸지 못했단다.(반대하는 이유도 웃기자만, 쌤통이다!!) 물차던 동네라는 이미지보다는 '집값' 때문이겠지. 아는 사람은 안다. 정말 창피하다.
얼마전에 신림동과 봉천동은 동네 이름을 바꾸었다. 원래 이름의 유래를 보면 신림동은 일대에 숲이 무성해서, 봉천동(奉天洞)은 높은 언덕배기에 올라앉아 하늘을 떠받들고 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봉천동은 봉천10동까지 숫자로만 있는 것보다 각 동네의 특성대로 동이름을 따로 짓는 게 좋다고 생각되어서(이 생각에는 나도 동의한다. 그래서 종로구가 부러웠전적도..^^) 바꾼다고 했는데, 만약 10동까지 있는 이름이 싫어서라면, 한 개 동쯤은 그냥 봉천동으로 남겨 놓는 게 맞다. 그런데 바뀐 이름들은 보라매동, 은천동, 청림동, 청룡동, 인헌동, 낙성대동, 남현동, 성현동, 중앙동, 행운동 이다. 강감찬 장군의 아호, 태어난 곳, 시호까지 해서 강감찬과 관련된 이름만 세 개, 그리고 그닥 의미가 없어 보이는 행운동(행운이 가득하라고 행운동), 중앙동(중앙에 있다고 중앙동), 주변의 이름을 살린 '청룡동' '보라매동(보라매공원은 행정구역상 동작구이긴하지만)' 등은 그나마 낫다. 산동네, 달동네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집값도 올리고 싶겠지. 머 이것도 아는 사람은 안다. 이 동네가 고향인 작가 조경란은 봉천동에 산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싫었다. 그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와 내 가족의 궁핍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느낌이었다.’ 라고 했다. 그 느낌 경험하진 못했지만,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는 건 아니겠지. 작가도 말미에는 "노란 달빛이 봉천동 일대로 한껏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집은 봉천동에서도 높은 지대에 있다. 게다가 내 방은 옥상 위 높고도 높은 옥탑방이다. 달도 태양도 이웃이다. 奉天洞은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다. "라고 했다.
또 신림동은 동이름을 바꾸는 과정에서 일부를 '삼성동'과 '신사동(신림4동을 줄여서)'으로 바꾸어서 강남구쪽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미아동도 송천동, 삼각산동, 삼양동 등의 이름으로 바꿨다. 미아동이라는 이름은 남겨 놓고, 주위의 산 이름(삼각산)과 옛 이름을 다시 살린 '삼양동' 이런 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 때 미아동에 있는 탁아소(당시 '탁아소'라는 명칭이 있다는 걸 신기해했었다. 그런건 북한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에서 1년 정도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난 그 동네가 참 좋았다. 꾸불꾸불하게 돌아가는 골목길이 좋았고, 지대가 높아서 올라가긴 힘들었지만, 그냥 그 공기가 좋았다. 아이들을 집까지 데려다주면서, 골목옆에 바로 방문이 있는 집이거나, 네모 반듯한 방을 거의 볼 수 없었던 것은 당시 내게는 일종의 문화충격이었지만, 그 골목 그 느낌은 참 좋아했던 것 같다.
하지만, 풍납동은 1, 2동까지밖에 없고, 바람드리라는 동네 특성을 살린 그 이름이 좋지 않나? 풍납동이면 어때서?
# by | 2009/01/23 10:01 | 내 생각엔...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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