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10일
왜 역사를 공부하는가
표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역사성'을 강조하곤 했다. 역사성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고, 아이들에게 역사성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고… 등등. 언젠가 표에게 네가 말하는 '역사성'이라는 게 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역사의식 혹은 현실감각이라 했다. 선뜻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 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사를 알아야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정도의 의미(그냥 시대정신 쯤? 넘 단순한가?)로 이해했다. 어쨌든 현실 감각이든, 역사 의식이든 시대 정신이든 그런 면으로 볼 때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중요하다. 그건 현재의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와 맞물려 있으니까.
대학을 다니기 전까지는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역사과목(국사,세계사)이 내가 하는 역사 공부의 전부였다. 사실 외울 거만 많고 별로 재미 없는 시간으로 기억한다.(지금 생각해 보면 역사 수업이야 말로 재미있게 할 수 있는데 선생을 잘못만났다 싶다.) 대학에 와서 놀랐던 건 내가 모르는 현대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5.18 광주항쟁 같은 것. 대학을 가기 전까지 난 광주항쟁에 대해서 몰랐다. 얼마나 비참한지 몰랐던 게 아니라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 그것을 기억하기엔 너무 어렸고(87 민주화 항쟁은 기억한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주변까지 벽보가 붙고 그랬으니까.), 518에 대해서 한번도 학교에서 말을 들은 적이 없었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전라도 출신인 친구들은 그 사실(그런 일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당황해했고, 이질감은 느낀다 했었다. 아, 살아있는 역사를 이렇게 묻어둘 수도 있는 거구나. 현대사도 이런데, 고대사는 얼마나 왜곡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나같이 소극적인 학생을 위해서는 그래서 교과서가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동안 역사, 도덕, 윤리, 국어와 같이 사상이나 철학과 관련이 있는 과목들의 교과서는 그동안 검정이 아닌 국정 교과서로 교육부에서 직접 발간해왔다. 8차 개정 때에는 이런 교과서들이 다 검정으로 바뀌게 되면서, 어느 정도의 자율권이 주어졌고, 그래서 이번 금성교과서 사건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 같은데, 학생들의 사고를 국가가 한정짓겠다는 정말 유치하고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아는 선생님이 있는 모 학교는 교장이 설명회(?)에 갔다 오면서, 교사들에게 다시 회의해보라고 했고, 사회가 교사들은 이미 채택한 금성교과서를 바꾸지 않겠다고 결론내리고, 역사 강연도 받지 않겠다고 했단다. 그런데 며칠 후 교육청에서 느닷없이 장학지도를 나오겠다고 했단다. 물론 그와 관련이 없고 일상적인 장학지도라고 했겠지만, 12월에 고3 장학지도라니…. 암튼, 개인의 역사관을 나라에서 지배하겠다는 이 전근대적 발상의 시작은 어디부터일까? 그래야 통제가 쉽고, 통치가 쉬우니까. 국민을 제 소유로 아는 저 높고 높은 어르신들의 생각엔 학교와 교과서가 제일 쉬운 교화수단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이미 검정 다 해 놓은 교과서를 고치라느니, 고치지 못하면 선택한 것을 다시 선택할 기회를 줄테니까 바꾸라느니... 도대체 이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맞냐는 말이다.
모두들 제 나라의 역사는 무조건 선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니, 우리 나라만 그런가? 예전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발해 역사를 말하면서 지배계층은 고구려인이었고, 피지배계층은 돌궐족(?맞나? 가물가물)이라고 하면서,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그랬던 것 같다. 평소엔 우리나라는 남을 먼저 침략한 적이 없는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 민족 어쩌구 하면서... 그때도, 참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부끄러운 역사든, 자랑스러운 역사든, 표의 말대로 역사는 현실의 거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그랬으니까, 지금은 말아야지.. 뭐 이런 수준부터 시작해서 그때 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 한다든지(망이 망소이의 꿈이라든지), 또 거꾸로 그때는 가능했던 것들이 지금은 왜 불가능한 건지... 생각하면서 현실을 디자인할 수 있으니까. 시대 정신을 새롭게 할 수 있으니까.
물론, 어떤 사람에게는 종부세 폐지가 시대정신으로 생각될 테고,(실제로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청담동에서 봤던 현수막 내용) 또 어떤 사람에게는 무상 교육이, 또 어떤 사람에게는 소통이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개인의 시대 정신은 개인의 삶을 디자인하기도 하지만, 크게는 사회를 디자인하기도 하니까. 바람직한 시대 정신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역사, 철학, 인문 교육이 필요할 것이고, 그것이 이제 공교육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현실이라면, 사조직에서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수유나, 하자, 나다, 새날 같은 데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이글루스 가든 - 자유로운 아이들, 아름다운 교육을...
# by | 2009/01/10 14:14 | 교육은 자유다 | 트랙백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