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을 돌려줘.

 난 서울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서울에서 자랐다. 그래도 부모님은 (왜 교포 2,3세들이 와보지도 않은 한국을 '고국'이라고 부르겠냐고 하시면서), 고향은 경상도라고 말해야 한다고 하시지만... 어쨌거나 나의 어린시절의 배경은 서울이다. 겨울엔 목동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그 논에서 얼음지치며 놀았고, 여름엔 한강변에서 모래집 지으며 놀았다.(안양천이었을지도 모른다.ㅋ)

 언젠가 창이  어떤 책에서 봤다면서, 골목은 삼거리에서 시작된다고 했던게 기억 난다. 어렴풋이 생각해 보면, 내가 놀던 골목의 입구는 거의 삼거리였다. 연립 앞에 덩그러니 있던 감나무길도 그랬고, 400번지라고 부르는 화곡동 그집 앞도 그랬다. 내가 좋아했던 만세부르는 나무가  있던 길도 그랬고.

 지금은 그런 길을 보기 힘들다. 재개발을 한 동네들, 아파트가 들어선 동네들은 사거리로 재단하고 넓히거나 없앴다. 얼마전 송년회라고 후암동(해방촌 쪽)엘 갔었는데, 거기는 아직 골목이 남아있더라. 이쪽에서 보면 저쪽이 보이지 않는 굽이굽이 남산을 끼고 도는 골목길... 그 골목길이 너무 좋아서 한참을 바라봤다. 이렇게 어우러져 사는 게 사람 사는 동네지 싶었다.

 지금 서울시는 주소를 무슨몇길(토성11길)과 같이 바꾸고 바뀐 주소를 쓰라고 독려하고 있다. 디자인 서울에 맞지 않는 피맛골도 사라진다고 하고(이 것에 대해 나무가 '시간이 사라진다'라는 멋진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멋져.), 추억이 어렸던 많은 골목들이 사라질 것이다. 사각으로 딱딱 재단하면, 골목처럼 이쪽에 서서 저쪽이 보이지 않는게 아니라, 아주 멀리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있을 것이고, 통제하기도 쉬워지겠지.

 그래서, 난 싫다. 내게 숨바꼭질하던 그 동네, 그 골목들을 돌려다오.

by 소리 | 2009/01/08 20:02 | 혼잣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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