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의 권위

 반말에 권위가 있다고 생각해 본적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친근감의 표시이고 친한사이에서 또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선배들이 반말을 쓰거나 상사가 반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 반발을 하거나 거부감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나역시 동료나 후배들에게 반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그것이 권위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다만 수업시간엔 존댓말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이들도 개인적으로 만날 땐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나도 그렇게 사용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인 반말에 대한 생각이 바탕에 깔린 한국 사회에서는 '반말'이라는것 자체에 보이지 않는 권위를 부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외화를 우리말로 번역-혹은 더빙-한 것을 보면 남편은 아내에게 '당연히' 반말을 사용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돼 있다. 그 나라에서는 그런 표현이 있을 리 없는데 말이다. 연상-연하와는 상관없이 부부가 되면 남편은 아내에게 하대를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존대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남편에게 권위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지.
 몇 년 전 유행했던 이승기의 노래중 '내여자니까'(제목이 정확치 않음)라는 노래 중 "너라고 부를게. 누난 내여자니까, 넌 내여자니까"(가사도 정확치 않음)라는 가사가 있었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한 서너살 어린 여자가 -오빠인-연인에게 오빤 내남자니까 너라고 부르겠어라고 말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지.

 어제 모임에서 "반말하는 예수"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전까진 사실 깨닫지 못했었다. 예수님만 성서속에서 반말을 하고 있는지.
 그 사회가 어떤 반말, 존댓말이 있는 사회였는지 아닌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만약 우리나라처럼 반말, 존댓말이 존재하는 사회라고 해도, 예수님의 성품을 생각해볼 때, 그가 반말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뽕나무 위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세리 삭개오에게 '삭개오야 삭개오야'하지 않았을 것 같고, 우물가의 여인에게도 그러지 않았을거란 생각.
 우리가 그렇게 성서를 통해 '반말하는 예수'로 받아들이면서 성경에 더 많은 권위를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닌지...
 교회 안에서도 목회자에게 비슷한 권위를 부여하면서 '자발적인 순종'이라는 이름으로 '절대 복종'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목회자를 판단하는 것을 마치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처럼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by 소리 | 2006/12/01 09:26 | 내 생각엔...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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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칸치의 블로그 at 2007/01/06 23:47

제목 : 반말을 없애야 나라가 산다!
예전에 군생활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느꼈던 부분이 있었다. 군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니 타부대 사람들을 자주 접하게 됐었는데 가끔씩 그들간의 쓸데없는 싸움(마찰)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그 원인이 대부분 이것으로 인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계급차이가 나든 타부대 아저씨든 간에 높임말을 안하고 반말을 했다는 것이 대체적으로 주된 이유이다. 물론 반말을 한쪽에서 상대방 계급이라던지를 정말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미처......more

Commented at 2006/12/01 17: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소리 at 2006/12/02 23:15
네 반가워요..^^ 오늘 날씨는 정말 춥더군요. 님도.. 감기 조심.^^
Commented by 우람이 at 2006/12/05 09:32
목회자를 판단하는 것을 마치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 처럼...
바로 그거 같아요...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다보면 본인도 가끔 헷갈리시는 걸까요...
Commented by 소리 at 2006/12/06 09:16
글을 쓸 때도 느꼈지만, '판단'이라는 말 자체도 조심스러웠어요.
왜 그런말 하잖아요. 판단은 하되, 비판하면 안된다. 혹은 비판은 하되 비난하면 안된다...
적어도 아니라는 걸 아니라고 말할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Commented by kabbala at 2007/05/16 14:29
Commented by 깡패언어 at 2008/07/07 11:34
특히나 아랫사람들은
윗사람앞에서겨우억지로
존댓말을하지만반대로
이성질만더러운윗대가리들은
이아랫사람을자기부하취급하면서
반말하거나성질내며심한행패를
가합니다!이런걸보고도과연
동방예의지국이라 할수있을까요?
그냥 체격이좀 크다고 무조건 어른
대접 받는다고 생각하는 한심한
윗대가리들 상급생선배이건
군대고참이건 아주구역질날정도로
역겨운인간들 뿐이네요?
Commented by cd17 at 2009/06/02 16:43
둘 다 반말 하면 사실 별 문제는 없죠. 문제는 대부분의 상황이 한 쪽은 반말하고 한쪽은 존댓말해야 한다는 거죠. 반말이든, 존댓말이든 한 쪽으로 통일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일방적으로 반말듣고 자기는 무조건 존댓말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한국 사회가 정말 짜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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